조금 늦은 26살 겨울에 나는 처음으로 정식 직장을 구했다. 첫 직장에서는 일이 많아 11시가 넘어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였다. 하지만 취업시장에서 쓸모없기 제일 간다는 영문을 전공한 문과졸업생인 나에게는 과분한 월급을 주는 회사라고 느꼈던 것 같다. 업무가 익숙해지고 난 뒤 시급으로 계산해보니 최저임금과 유사한 수준이였다는 것은 나를 허탈하게 했지만 문과생의 첫 월급 치곤 꽤 좋았던 것이 사실. 돈을 쓰는 것보다 모으는 것에 익숙했던 나는 처음 정식 직장을 가진 후 적금의 세계로 뛰어 들었다. 아르바이트 월급과는 큰 차이가 있는 꽤나 묵직한 금액을 매달 꾸준히 저축할 수 있다는 것이 기뻤고 친구가 많지 않아 약속이 잘 없다는 것과, 일에 치여 돈을 쓸만한 시간도 에너지도 없다는 것이 저축액을 늘려나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