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 E처럼 보이지만 좁은 인간 관계를 가지고 있다.
카톡이나 전화가 오면 칼답을 하고 바로 전화를 받지만 먼저 연락을 하지는 않는다.
만나자고하면 언제나 Yes! 지만 약속을 만들지는 않는다.
이런 특성 탓에 나는 나에게 먼저 연락을 해주는 사람들이 너무 고맙고 따라서 읽씹이란 나에겐 있을 수 없는 행동이다.
썸을 탈때도 이건 마찬가지라 밀당이고 뭐고 그럴 겨를도 없고 크게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읽씹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C가 나에게 "You left me on read. That was why." 라고 했을 때 나는 너무 슬펐다.
나는 한국어로든 영어로는 읽씹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인데.
지난 해 봄에 처음 만난 C는 좋은 썸 상대는 아니였다.
"Consistency"를 중요하게 여기는 나에게 카톡을 이틀에 한 번, 삼 일에 한 번 규칙없이 보내고 했던 그는 내게 큰 신뢰를 주지 못했다.
하지만 금요일에 갑자기 연락을 해 약속을 잡은 그는 경치가 어마무시했던 미쉘린 한식집에서의 저녁을 포함한 멋진 토요일 데이트 코스를 기획했고, 그날 나는 솔직히 그에게 반했던 것 같다. 한국에 온지 반년밖에 안 된, 서울지리도 잘 모르는 그가 구글링을 해대며 데이트를 기획했을 것을 생각하니 정성이 너무나도 기특했다.
그날 우리는 둘이서 3만보 이상을 함께 걸으며 쉴 새 없는 웃음꽃을 피웠고 지하철 역에서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며 나는 이제 솔로가 아닌건가 싶었다.
집에 도착해서도 쏟아지는 카톡 폭탄을 보며 솔로탈출을 확신 했고 G night + 귀여운 이모지로 대화를 마무리 했던 C 덕분에 나는 행복한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그에게는 카톡이 오지 않았다.
연락이 오지 않은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내가 착각했다는 것을 알았다. 친구관계만큼 연애에도 소질이 없는 것이 분명해.
설레던 썸이 끝나고 허전함이 컸지만 다행히도 일상이 바빴기에 조금씩 그날을 그리고 C를 잊어갈 무렵,
"Remember me?" 하며 갑작스레 재등장.
그동안 연락도 없다가 이게 뭐야 어장인가 싶었지만 나는 읽씹을 하지 않는 사람이니까 반가운척 인사를 했다. 아니. 반갑지 않았다고 한 다면 거짓말이겠지. 그동안 어땠는지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다가 우리가 서로에게 감정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 왜 연락을 안했는지 궁금해하는 나에게 "You left me on read, that was why. "
그랬구나.
너의 굿나잇 인사에 대화가 끝났다고 생각한 나.
너의 굿나잇 인사에 회신을 하지 않아 내가 읽씹을 했다고 생각한 너.
규칙적이진 않았지만 간헐적으로 카톡을 하던 너였기에 관심이 있다면 먼저 연락을 하겠지.
원래 나는 먼저 연락을 안하니까라는 눈물의 자기 합리화 과정도 거쳤었는데.
읽씹을 하지 않는 사람이여서 "Left on read" 라는 표현을 쓸일이 없던 나는 C 덕분에 늙어서 영어가 헷갈리는 시기가 와도 "Left on read"는 기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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